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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평안하도다: 전도서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평안하도다.” 저는 전도서를 묵상할 때마다 이 문장을 떠오르곤 합니다.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의 시 ‘피파의 노래’의 마지막 구절이죠. 하지만 정작 제가 이 시를 가장 처음 접한 것은 “빨강머리 앤”이라는 만화영화를 봤을 때였습니다. 앤 셜리는 어렸을 때 부모가 죽자 고아원에서 지냅니다. 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에이번리’라는 농촌마을에서 초록지붕집에서 살던 매슈와 마릴라 남매에게 입양됩니다. 이후 여러 성장통을 겪으며 자란 앤은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를 끝까지 믿어주며 친딸처럼 아꼈던 매슈 아저씨가 갑자기 죽고, 마릴라 아주머니마저 점점 시력을 잃게 되면서 혼자 지낼 수 없는 처지가 되자, 대학 진학의 꿈..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평안하도다.” 저는 전도서를 묵상할 때마다 이 문장을 떠오르곤 합니다.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의 시 ‘피파의 노래’의 마지막 구절이죠. 하지만 정작 제가 이 시를 가장 처음 접한 것은 “빨강머리 앤”이라는 만화영화를 봤을 때였습니다. 앤 셜리는 어렸을 때 부모가 죽자 고아원에서 지냅니다. 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에이번리’라는 농촌마을에서 초록지붕집에서 살던 매슈와 마릴라 남매에게 입양됩니다. 이후 여러 성장통을 겪으며 자란 앤은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를 끝까지 믿어주며 친딸처럼 아꼈던 매슈 아저씨가 갑자기 죽고, 마릴라 아주머니마저 점점 시력을 잃게 되면서 혼자 지낼 수 없는 처지가 되자, 대학 진학의 꿈을 접고 초록지붕집으로 되돌아옵니다. 그리고 에이번리 시골학교 교사로 부임하게 됩니다.

어느 날 그녀는 초록지붕집 창밖을 통해 어둠이 짙게 깔린 에이번리 마을을 바라봅니다. 그러고는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평안하도다"라는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를 읊습니다. 그녀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시골마을로 돌아온 것을 불평하거나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앤은 사람의 앞길에는 언제나 구부러진 길모퉁이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길모퉁이를 돌았을 때 무엇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지 희망을 걸어보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녀는 그 어떤 것도 자신의 상상력과 꿈을 빼앗아갈 수 없으며, 계속 꿈을 이루기 위해 정진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정말 아무런 후회 없이 평화로운 마음으로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찬미할 수 있다고 고백하며 읊었던 시가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평안하도다”였습니다.

앤의 말대로 사람의 앞길에는 언제나 구부러진 길모퉁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도 평안하게 길을 따라갈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님이 하늘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계시기에 우리는 구불구불한 길을 걸으면서도, 또 다른 모퉁이를 만나고, 세 네 개로 갈라진 길을 만나더라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발 걸음을 과감히 내디딜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와 동행하시기에 우리의 인생은 결코 허무하지 않습니다.

전도서의 저자인 전도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도자는 굳이 인생을 아름답게 포장지로 싸서 예쁘고 고상한 것처럼 꾸미려 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하나님이 안 계신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 같은 현실을 억지로 외면하거나 대충 가리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억지로 믿음을 강요하려 하지도 않았고, 세상에서 겪는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려고 어설픈 위로의 말을 전하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그냥 그 경험을 함께 나누기를 원했습니다.

그는 먹고 마시며 사는 인생의 행복을 전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쾌락주의에 빠진 건 아니었습니다. 정의와 공의가 무너진 현실을 보았고, 의인이 멸망당하고 악인이 장수하는 불의한 일들도 봤지만 회의주의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성경을 읽다 보면 때론 내가 사는 세상과는 다른 낯선 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도서를 보면 나와 아주 친숙한 세계를 만납니다. “그렇지. 정말 세상이 이렇지.” 이런 말이 절로 나옵니다.

전도자는 신학자들이나 목회자들처럼 굳이 하나님을 변호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아예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듯합니다. 이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대신 이 모든 것을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고 인정해 버립니다. “하나님의 뜻이 있겠지. 섭리가 있을 거야.” 이러고는 넘어갑니다. 하나님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모습이 썩 마음에 내키지는 않겠지만, 전도자는 사람들에게 굳이 하나님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니라고 핏대를 세우며 변호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느낄 수도 있다고 공감해 줍니다. 당신은 나와 생각이 다르니까 이제 그만하자며 중간에 대화를 끊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처럼 전도자가 추구하는 삶의 자리는 극단주의로 치우쳐 있지 않았습니다. 양 극단 사이 그 어디선가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이론이나 사상을 주장하기보다 이웃을 대하는 긍정적인 마음과 열린 태도가 중요함을 알았습니다. 자기 옳음이 지나칠수록 자기모순에 빠지고, 독단의 늪에 빠질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지혜를 추구하는 지혜자이면서도 지나치게 의인이 되려고 하지 말고 지나치게 지혜자가 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는 그저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오롯이 주어진 길을 갈 뿐이었습니다. 복잡한 신학 이론을 주입시키려 하거나 도덕 선생처럼 어떻게 살라고 다그치지 않았습니다. 영원을 사모하되 지금 주어진 삶의 행복도 누릴 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단, 하나님을 경외할 것과 언젠가 하나님이 우리 인생을 심판하신다는 것을 꼭 기억하며 살라고 했습니다.

이 책은 전도서 전체를 돌아본 글입니다. 신앙생활에 회의감이 들거나, 삶의 목적과 가치를 잃은 분들께 바칩니다. 내가 너무 율법주의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나, 뭔가 교회라고 하는 틀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은 마음이 드는 분들께 바칩니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고 하나님과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고 싶은 분들께 바칩니다. 전도서를 묵상하거나 말씀을 전하려 할 때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이 책이 전도서 말씀을 좀 더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저자는 굳이 성경 메시지를 화려한 포장지로 싸려고 하지 않는다. 세상 유행이나 사람의 교훈이나 목회자의 기교가 오히려 성경 메시지를 왜곡시키는 현상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성경 본문에 충실한 메시지만이 사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성경에서 전하려는 본래 메시지를 제대로 듣기만 한다면 하나님의 사랑을 만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바른 말씀을 전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한편, 인문학적 관점에서 세상과 소통하며 신앙을 전하는 일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나만의 위한 정원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서 공원을 가꾸는 교회, 자신들만의 성을 쌓지 않고 플랫폼이 되어주는 교회, 동역의 정신을 세워가는 선교적인 교회를 꿈꾸고 있다.

저서로는 『슬기로운 부교역자 생활』, 『슬기로운 부교역자 생활(2편)』, 『당신도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사상과 종교』, 『괴테의 파우스트와 구원』, 『논문 빨리 끝내는 법』, 『회오리바람이 지나가면: 룻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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